출판물 Publication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윤승중 구술집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4

윤승중 구술집

채록연구 | 배형민, 우동선, 최원준

진행 | 목천건축아카이브

출판 | 마티, 2014-12-12

563쪽 | 170*230mm | ISBN: 979-11-86000-07-6 04600

살아 있는 역사, 현대건축가 구술집 시리즈를 시작하며

『윤승중 구술집』을 펴내며

01 성장기와 해방전후

02 대학시절과 1950년대 한국건축계

03 김수근건축연구소 초기작업

04 김수근건축연구소와 기술개발공사

05 기술개발공사 후기작업

06 원도시건축 설립과 1970년대 작업

07 원도시건축의 한남동 시대

08 1990년대의 원도시건축

09 한국건축가협회 활동

10 건축계와 사람들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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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윤승중 선생의 구술집이다. 목천건축아카이브 운영위원회는 2010년에 김정식 회장과 2011년에 안영배 선생에 대한 구술채록작업을 진행한 뒤에, 2012년의 원로건축가 구술채록 대상자로 윤승중 선생을 모시기로 의견을 모았다. 20111227일에 킥오프(kickoff) 모임을 가졌고, 201219, 116, 131, 214, 221, 36, 312, 322, 43, 515일에 10차례의 구술채록을 진행하였다. 장소는 모두 역삼역 부근의 구() 목천문화재단 2층 회의실이었다. 킥오프 모임에서 채록한 내용은 그 후의 작업과 중복하기 때문에 이 구술집에는 수록하지 않았다.

윤승중 선생은 1937년에 출생하여 1960년 봄에 대학을 졸업한 뒤, 지금까지 반세기(半世紀) 넘게 설계에 종사해온 한국현대건축의 생생한 목격자이다. 1960년대부터는 한국 경제가 대지를 박차고 이륙하며 도약을 꾀한 시기이며, 그에 따라서 새로운 장르와 기능의 건축물들이 속속 필요해졌다. 윤승중 선생은 국회의사당 설계사무소, 김수근건축연구소,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환경계획연구소, 원도시건축연구소, ()원도시건축과 같은 설계 을 계기적으로 이끌면서 새로운 장르와 기능의 건축물들에 도전해왔다. 그리하여 윤승중 선생은 한국현대건축의 발생 현장을 증언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김중업 선생, 이천승 선생, 김수근 선생 등과 같은 선배 세대들에 대한 지근(至近)한 말씀을 전해줄 수 있었으며, 한국건축가협회, 목구회 등 설계 바깥의 건축계에 대한 생생한 말씀을 들려줄 수 있었다. 이렇게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50여 년간 한국현대건축의 핵심을 일관되게 목격할 수 있는 입장을 가진 분을 우리는 달리 알지 못한다.

윤승중 선생 자신은 대학 3학년 2학기인 1958년에 대법원 청사 및 원장공관 공모에 응모하여 당선하였던 경험을 살려서, 1989년의 대법원청사 공모전에 당선하였다. 그의 말씀을 빌면, “이번 일을 하면서 대학 3학년 때인가요. 대법원 청사와 대법원장 공관 현상공모가 있었을 때 1등한 일이 기억납니다. 그때 생각했던 법과 평등에 대한 생각들, 그것을 나타내기 위한 건축적 개념과 디자인 어휘에 대해 회고되는군요.” 일국의 대법원 청사를 설계한다는 영예를 누릴 수 있는 건축가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대법원 청사는 새로운 권위와 상징을 격조 있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윤승중 선생은, 김수근건축연구소의 치프 디자이너로서 남산음악당(계획), 자유센터, 오양빌딩, 우석대학병원 신관, 남산 맨션, 한국일보사, 부여박물관,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 등의 설계를 주관하였고,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의 도시계획부장으로서 불광동 전화국, KIST 본관, 김포공항 마스터 플랜, 종로 3가 재개발계획, 여의도 마스터 플랜, 오사카 만박 한국관 등의 설계를 주관하였다. 원도시건축연구소를 1969년에 개소하면서부터는 한일은행 본점 계획안, 단국대학교 신 캠퍼스 마스터 플랜을 주관하였다. 원도시건축연구소가 1973년에 새롭게 출발하면서부터는 부산 휘닉스 호텔, 태평양건설 본사, 부산 백병원, 대한화재 본사, 한일은행 본점, 한일은행 연수원,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 캠퍼스, 대법원장공관, 삼천리 본사 사옥, 울산 오우션 호텔, 백암관광호텔, 안세병원, 제일은행 본점, 한일투자 본사, 동아투자 본사 등을 설계하였고, 1985년에 ()원도시건축으로 법인화하면서부터는 조선일보 정동신사옥, 무역 센터, 포철중앙연구소, 숭실대 과학관, 포항공대 체육관, 일신방직 본사, 대법원, 청주국제공항, 국토개발연구원, 대구 대동은행 본점, 인천지방 부천지원, 중랑구청, 경남실버타운 등을 설계하였다. 이후의 작업들과 계획안들은 도저히 일일이 다 열거할 겨를이 없다.

윤승중 선생을 일러, 장응재 선생은 우리 시대의 주도적 엘리트 건축가라고 평()하였고, 민현식 선생은 건축의 본성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심미적 이중주의자라고 표제(標題)한 바가 있다. 엘리트 건축가의 본성탐구는 구술채록 과정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윤승중 선생은 매번의 구술채록마다 2-3 페이지 분량의 메모와 관련 사진들을 가지고 오셨다. 메모에는 인명, 연도, 사건, 주제어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게다가 살았던 집들의 평면 스케치들도 있었다. 정확한 기억과 흐트러짐 없는 말씀은 이 구술집의 자료적 가치를 한층 더 할 것이다.

구술채록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윤승중 선생이 논리로 건축을 설계하며, 논리를 통해서 한국건축을 세계건축의 궤도에 올리려고 시도했다고 짐작한다. 이는 김중업 선생과 김수근 선생이 형태로서 한국건축의 세계화를 꾀하였던 것과 다른 길이며, 보다 보편성을 갖는 접근법이었다. 이는 모더니즘의 형태논리중에서 무엇을 중시하여 취하는가의 차이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윤 선생의 말씀을 빌면, “저는 논리가 없는 형태란 거부적인 것으로 생각되었고, 모든 것에 의미부여와 질서가 있게 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논리는 뜻있는 동료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달성되는 것인 바, 윤 선생은 김수근 팀”, “안국동 팀과 같은 표현을 즐겨 썼고, 독립하면서부터는 최강의 을 꾸리는데 힘을 쏟았다. 김환 선생, 김원석 선생, 김원 선생 등이 원도시건축연구소가 궤도에 오를 때까지 윤승중 선생의 파트너를 거쳤으며, 변용 선생과 오랫동안 공동 작품 활동을 진행하다가, 우리나라 최초로 파트너쉽 체제를 도입하면서부터는 장응재 선생, 민현식 선생, 김석주 선생, 정현화 선생 등이 파트너로 추가되었다. 팀 작업에 대한 강조는, 동시대의 팀 텐(Team X)”이나 탄게 켄조(丹下健三)와 동대(東大) 출신 팀의 메타볼리즘(Metabolism)에 대한 의식도 작용한 것 같다. 윤 선생은, 탄게 켄조 팀의 보고서에서 팀원들의 이름이 모두 같은 크기였음을 기억해내면서 탄게 켄조와 동대 출신 팀의 관계를 말씀하였다. 다시 장응재 선생의 말씀을 빌면, “항상 낮은 톤으로 차근차근 자기주장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의 논리적 사고는 빈틈이 없고 개념과 전제의 설정에서부터 최후의 결정까지 단계별로 상대의 동의를 얻어가며 자기 생각을 이식시켜 왔다.” 건축의 낮은 톤의 통주저음(通奏低音)일 논리에서 그의 오른편에 설 자는 거의 없었다고 보아도 좋으리라.

아울러 원도시건축연구소(原都市建築硏究所)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윤승중 선생은 건축과 도시의 밀접한 관련을 처음부터 강조하고 있다. 에세이 모음집의 제목도 『건축되는 도시, 도시같은 건축』(1997)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를 건축은 물론 그 자체로서도 사회적 기능과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내지만 개개의 건축이 집적하여 만들어지는 도시는, 도시로서의 생명력과 유기체적 질서를 가져야 되므로, 도시와 건축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오히려 건축되는 도시라는 인식이 제기된다라고 설명하였다.

윤승중 선생은, 대학 졸업 직후에 『현대건축』(1960-1961)의 발간에 관여하였고, 『김수근건축연구소』(1966) 브로슈어와 『원도시건축연구소』(1969/ 1973) 브로슈어의 발간을 주도하였으며, 한국건축가협회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의 현대건축 1876-1990(1994)을 발행하였을 만큼, 자료 정리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분이다. 그렇기에 윤승중 선생은 이 구술집의 발간취지를 선뜻 이해하고 적극 협력하였으며, 그 결과 이 구술집은 장장 10회의 대화록으로 구성될 수 있었다. 햇수로 3년에 걸친, 길고 지루한 편집과 검토의 작업을 거쳐 나온 이 구술집이, 선생의 각별한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차제이다. 앞으로 이 구술집이 1960년대 이후 한국현대건축의 핵심을 일관되게 간접 목격할 수 있는 유효한 통로(通路)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이 구술집의 생산과 편집・제작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관계자들 모두에게 감사하며, 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독자들께서는 이제 본문을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논리로 만든 건축과 건축되는 도시를 통해서 한국건축을 세계건축의 궤도에 올려놓았던 주도적 엘리트 건축가의 일대기와 그를 둘러싼 건축가들의 성좌(星座)가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질 것이다.

201411
목천건축아카이브 운영위원
우동선